지리산 종주에서 느낀 관광충북 | |||||
신문사 | 충북일보 | 등록일자 | 2008-05-21 | 조회수 | 2 |
석가탄신일 연휴에 3박4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다. 세 가족 12명의 대식구를 이끌고 지리산 자락을 종주하려는 계획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일행 중에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 다른 가정의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 6학년 여학생, 또 다른 가정의 여중 1년생, 대학 1학년 남학생과 캐나다 국적의 원어민 여교사, 세 가족의 부모들이 동행했다. 대피소 사용 예정일 이틀이 연휴다보니 다섯 명이 인터넷에 달려 붙어 씨름했지만 하루 4명씩 밖에 예약하지 못했다. 일단 남자들은 비박하기로 마음먹고 강행 결정을 내렸다. 한 가족 당 침낭 두 개와 매트리스 두 개에다가 겨울 장비, 먹을거리 등을 배낭에 나눠 꾸리니 무게가 이만저만 아니고 배낭 메고 일어설 때마다 허리가 휘청 거렸다. 이른 새벽 지리산을 덮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초롱초롱하다 못해 차갑기 그지없는 별무리를 건전지 몇 개의 헤드랜턴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겨울옷을 뚫고 들어오는 노고단 바람을 막으려 어린애들은 매트리스를 몸에 칭칭 감고도 춥다고 연신 불만이다. 벌써부터 어린애들은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산행 경험 부족한 어머니 둘이 말은 못해도 죽겠다는 표정이다. 동화속의 평원처럼 왕시루봉과 피아골 사이에 펼쳐진 이국적 풍경의 돼지평전에 다 달으면 역시 지리산 종주를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난다. 반야봉 등산길 양옆에 만개한 진달래꽃 무리는 가슴을 울렁이게 하건만 초등학생들은 진달래꽃 따먹는 재미에 도취돼 힘든 줄도 모른다. 반야봉 정상은 무아지경을 요구한다. 우리가 넘어야 할 마루금을 꾸불꾸불 지나 멀리 천왕봉이 구름에 걸려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한 듯 임걸령에 구조헬기가 수차례 이착륙을 반복한다. 지루한 너덜길, 이제 끝났나 싶으면 다시 나타나는 끊임없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 군락지로 이름난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한다. ‘비박’이란 추위를 감내하며 날을 지샌다는 뜻의 다른 표현인지 처음 알았다. 이튿날 형제봉, 벽소령, 칠선봉을 거쳐 세석대피소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먹는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세석평전을 넘고 촛대봉을 지나 상상속의 선경(仙境)이라는 연하봉이다. 이쯤 되면 체력은 이미 바닥나고 오로지 장터목 대피소까지 가지 않으면 돌아갈 길도 없다는 의무감으로 그저 걸을 뿐이다. 장터목의 바람은 소백산 칼바람만은 못해도 비박하는 산사람들을 질리게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음날 천왕봉 정상의 절경을 가슴에 담고 중산리로 하산한다. 지리산 종주라는 사적 경험을 쓰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지리산 종주 내내 때로는 등산객끼리 어깨를 부딪치거나 교행을 위해 잠시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충북은 어떠한가. 소백산과 속리산, 월악산 등 3개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당일치기 이상의 산행 계획을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데군데 출입금지인데다가 각종 편의시설이 미비하다. 특히 보은군이 역점적으로 개발하고 정비한 구병산에서 묘봉에 이르는 ‘충북 알프스’는 전국의 산꾼들이 한 번쯤은 종주하고 싶은 명승 구간이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지리적 접근성도 양호하다. 그러나 종주에 필수적인 대피소 시설이 없고, 문장대에서 묘봉으로 이어지는 천하의 비경(秘境)이 출입금지구간이다. 큰 맘 먹고 중간에 비박을 하고, 몰래 숨어들어가지 전에는 충북알프스를 연이어 맛볼 수 없게 돼 있다. 비단 등산 마니아들을 위한 종주구간만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천혜의 자연경관을 충북이 얼마나 소중한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지를 성찰하고자 한다. 월악산 국립공원도 만수봉 능선으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이 출입통제 돼 있다. 소백산 국립공원도 비슷하다. 자연보호와 안전을 위한 휴식년제와 입산통제에 반대할 무식한 등산객은 없다. 하지만 속리산, 소백산, 지리산은 빼어난 경관을 가졌거나 화룡점정(畵龍點睛)에 해당하는 구간이 금지구간이라 관광 상품으로는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땅 주고, 세금감면해 주고, 비싼 돈 들여 웅장한 건물 짓는 관광개발도 필요하겠으나 1차적 관광 상품인 자연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지리산 종주에 중독된 사람들이 충북알프스에 중독되지 말란 법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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