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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①여행산업 기로에 서다

현대천사 2008. 5. 20. 13:02
(심층진단)①여행산업 기로에 서다
신문사 이데일리  등록일자 2008-05-20
[이데일리 박기용기자] 지난 4월 대한항공은 여행업체에 지급하는 항공권 대매(위탁판매) 수수료율을 기존 9%에서 7%로 인하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부터 연이어 항공권 대매 수수료율을 7%로 내렸다. 외국 국적 항공사 중에선 타이항공이 대한항공과 함께 수수료율을 낮췄고, 다른 외항사들도 이에 동참할 기세다.

지난해 말 국적 항공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방침 발표 이후 여행업계에선 줄곧 이와 관련된 논란으로 뜨거웠다. 등록 여행사만 1만개가 넘는 업계가 중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지만, 한편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항공사들이 유가 상승 등으로 높아진 비용을 여행사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여기에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같은 상장 여행사들이 환율영향 등으로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부에선 해외여행 사업이 고속성장 단계에서 안정성장 단계로 진입하면서 지난 수년 간의 고성장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항공권 대매 수수료율 인하를 계기로 터져나온 여행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해본다.(편집자)

"지난 겨울 성수기를 끝으로 사무실과 직원들을 정리했습니다. 수익은 20% 이상 줄고, 고정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에서 `모찌꼬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최근 자신의 사무실을 정리하고 모 여행사의 여행 프리랜서(일명 모찌꼬미)로 입주한 경기도 분당의 김 모씨 말이다. 여행 프리랜서는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여행객 모집을 하는 개인 사업자를 가리킨다.

그는 "요즘 주위 중소 여행업체들과 정보를 나누다보면 대부분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폐업을 하거나 업체 간 소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인 이하의 소형 여행사들의 경우 수수료 인하와 동시에 자체 영업을 접고 여행 프리랜서로 전향하거나 직원 수를 줄이고 사무실을 합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항공권 대매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소형 업체들을 시작으로 서서히 구조재편의 소용돌이에 들어서고 있다.

◇소형 여행사들부터 `모찌꼬미`로 속속 전향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4월 현재 총 여행업체 수는 1만816개로 조사됐다. 국외여행업체가 5904개, 국내여행업체가 4221개, 일반여행업이 691개다. 이중 국내외를 아우르는 일반여행업의 경우 업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808개에서 100개 이상이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이 같은 감소가 집중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인바운드 업체들이 관광객 감소와 환율 여파 등으로 몇 년째 누적돼온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데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웃바운드(여행객 국외 송출) 업체 중에서도 신규 업체들이 경기 침체, 수수료 인하 등의 이유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 하거나 업체 간의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있다"고 덧붙였다.

항공권 대매 수수료율 인하를 계기로 영세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업계 재편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이다.

모 항공사 고위 관계자는 "빠르면 내년 안에 (항공권 대매 수수료율이) 5%에서 제로베이스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수수료율 인하가 제로 커미션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권 대매 수수료율이 전면 폐지되는 경우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우리보다 앞서 수수료를 없앤 미국의 경우, 지난 2000년 3만개가 넘었던 여행사의 수는 마지막 수수료 삭감 직후인 2005년에 2만1000개사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지난 95년 100달러로 수수료 상한을 설정한 데에 이어 99년 수수료율을 5%로 내렸다가 2002년에는 아예 이를 폐지했다.

◇중소형 직판 여행사들도 `영향권`

문제는 한계업체라 할 수 있는 10인 이하의 영세한 소규모 회사만이 아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직판 여행사들도 수수료 폐지에 따른 타격을 피해가기 힘들다. 전문성이 없는 중소여행사와 10인 이하 사업장으로 소위 `딱지장사`를 하던 사람들이 결국 가장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항공권 대매 수수료율이 9%에서 7%로 줄면서 관련 매출도 22% 가량 줄어들게 됐다. 연 매출 5억원 정도의 회사로 치면 1억원 정도의 수익이 고스란히 사라져 직원 3~4명 정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항공권의 직접 판매를 위해 BSP(국제항공운송협회의 항공권 정산제도)에 가입한 여행사의 경우 BSP 담보액마저 최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높아진 상황이어서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영세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길을 택하게 되는 것.

여행 프리랜서는 매월 30~40만원의 관리비만 내면 소속사로부터 사무실을 비롯해 견적 의뢰와 항공 좌석, 카운터 등의 업무 지원을 받게 돼 부담이 덜한 편이다. 또 기존의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등이 자동 면제될 뿐 아니라 BSP 담보액을 은행에 예치해 이자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확실한 모객 물량과 2000만~3000만원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만 확인시켜주면 비업계 종사자들도 프리랜서로 입주가 가능한 터라, 진입 장벽 역시 높지 않은 편이다.

◇프리랜서 증가는 본격적인 업계재편의 신호탄

하나투어와 OK투어 등의 홀세일 업체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와 같은 여행 프리랜서들을 관리해왔다. 하나투어는 자회사인 남강여행사를 통해 여행 프리랜서를 별도로 관리해오고 있으며, OK투어의 경우 여행 컨설턴트를 운영 중이다.

모두투어도 현재 광화문 지점에서 여행 프리랜서를 두고 관리하고 있으며, 세계투어(옛 호도투어)는 지난 4월부터 연방제 홀세일 오픈과 함께 여행 프리랜서인 FTC를 대대적으로 모집했다. 기존의 패키지 여행사들도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여행 프리랜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소형사의 인력이 대거 대형사로 쏠리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리랜서 형태의 움직임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 중견 여행사들의 도산 등으로 이어지면서 `헤쳐모여`를 통한 본격적인 업계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심원섭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적 항공사의 항공권 대매 수수료율 인하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같은 간판사와 여타 직판사에 각각 다르게 작용할 것"이라며 "간판사는 영업수익 감소분을 대리점에 전가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지만, 직판사의 경우 영업수익 감소가 수익성 악화 혹은 패키지 판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상장 여행사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여행사가 재무구조와 수익구조가 열악하기 때문에 여행업의 시장 참여자(경쟁자)수는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업계 구조재편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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