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설벽에 휩싸인 눈의 나라. 만화나 판타지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정중앙 혼슈의 북부에 자리하고 우리의 동해와 면해있는 토야마현에 자리한 산악관광지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에 지금 펼쳐지고 있는 실제 이야기다. 일본이 자랑하는 최대의 산악관광지로 이름 높은 알펜루트를 따라 기적과도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더욱이 이 4월이 아니면 만나 볼 수 없는 계절과 계절의 경계에서 만나는 각별함은 자연과 조우하고 픈 이들에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4월 17일 알펜루트 전 노선 개통, 20m 높이 거대 설벽과 조우 산악관광지로서 이름 높은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立山黑部アルペンル-ト). 토야마현 타테야마마치의 타테야마역과 나가노현 오마치시의 오기사와역까지 케이블카, 고원버스, 공중 로프웨이 등 6가지 교통편을 갈아타며 10개소의 역이 자리한 북알프스 연봉과 다테야마 연봉을 횡단하는 토야마현은 물론 아시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산악관광코스다. 알펜루트의 관광이 시작되는 것은 매년 4월 중순. 겨우 내 많은 눈으로 폐쇄되었던 각 구간을 연결하는 도로가 개방되고 케이블카와 로프웨이 등의 교통망들이 봄의 도래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알펜루트로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봄·여름·가을 등 각각의 계절별로 아름다움과 개성이 각별하지만 막 봄이 시작되는 4월 달의 알펜루트는 절정의 매력을 발하는 가장 매력적인 시기이다. 바로 봄의 따스함과 겨울의 흔적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같은 감동적인 자연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많고 많은 구로베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봄 볼거리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다테야마의 설벽(立山·雪の大谷)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알펜루트의 문이 열리는 다테야마역에서 산의 경사를 따라 올라가는 등산철도인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또다시 비조다이라(美女平)에서 고원버스로 달리기를 50여분. 해발 2,450m의 무로도(室堂)에서 다테야마의 상징과도 같은 설벽은 시작된다. 다테야마의 설벽은 알펜루트 내에서도 가장 적설량이 많은 곳으로 텐구다이라(天拘平)와 무로도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한겨울 내내 쌓인 눈을 도로를 따라 제설작업을 거쳐 설벽 사이의 도로를 횡단하는 흔치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도 개봉되었던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 ‘비밀’의 배경이 되기도 하여 컴퓨터그래픽 합성이라는 등의 소문으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었던 곳으로 그 신비하면서도 박력 넘치는 영상이 실존함에 여행객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설벽이 이루어진 구간은 가장 높은 곳이 20m에 육박할 정도이며 평균 16~18m의 설벽이 총 500m의 도로를 따라 자리하여 거대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설벽의 장관도 매력적이지만 최대의 재미는 단연 직접 버스에 내려 설벽 사이를 산책하는 설벽워킹에 있다. 도로에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면 머리위로 아득하게 솟은 새하얀 설벽과 봄의 푸르른 하늘이 대조를 이루는 풍경이 신기함을 넘어 어린아이처럼 설레이기까지 한다. 500m의 설벽구간은 각각 차량용 도로와 보행자를 위한 산책코스로 나뉘어져 있어 설벽을 직접 만져보거나 구간을 따라 특별한 산책도 즐길 수 있다. 설벽의 전 코스를 둘러보는 데에는 약 30~40분의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순간으로 느낄 만큼 아쉬움을 더한다. 설벽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도 좋지만 당연히 이러한 거대한 설벽을 어떻게 만들은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테야마의 설벽은 일부러 쌓은 인공의 조형물이 아닌 겨울 내내 쌓인 20m 이상의 눈을 중장비를 통해 파내려가는 방식의 제설작업을 통해 얻어낸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이다. GPS를 이용해 도로부분의 눈만을 제설하기 때문에 도로를 따라 파낸 길 외에는 그대로 설벽의 형태가 유지되어 지금과 같은 거대한 설벽이 남게 되는 원리다. 가히 겨울 내내 내린 눈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약한 눈으로 만들어져 안전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눈의 엄청난 부피와 무게로 인하여 마치 얼음처럼 딱딱하게 밀도가 높아져 망치로 쳐도 흔적이 남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2008년도 관람가능기간은 오는 4월17일부터 5월 말까지로 볼 수 있는 시기가 짧은 것이 못내 아쉬움을 더한다.

(사진)▲거대한 설벽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들. 오는 5월 말까지 관광이 가능하다.
공중로프웨이와 구로베댐 유람선으로 雪과 春을 함께 만끽 다테야마의 설벽만을 보고 돌아보는 것이 구로베 알펜루트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설벽을 뒤로하고 일본 유일의 지하를 달리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다테야마 터널을 지나 도착한 다이칸보(大觀峰)부터는 또 다시 절경의 풍경이 이어지는 알펜루트의 길이 계속 이어진다. 해발 2,316m에 자리한 봉우리인 다이칸보는 다음 목적지인 구로베다이라(黑部平)까지 공중 로프웨이인 다테야마 로프웨이를 통해 이동하는 구간으로 사방으로 펼쳐지는 알펜루트의 절경을 제대로 만끽할 있는 코스다. 80명 정원의 로프웨이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건설된 로프웨이로 총 길이 1,700m의 구간을 지상으로부터 500m(표고차) 상공에서 7분간 운행하며 구로베호수를 비롯한 다이나믹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알펜루트 유일의 공중코스이다. 주위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 움직이는 전망대라는 별칭을 그대로 실감케 하며, 눈 아래로 까마득하게 펼쳐진 절경이 아찔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전해준다. 로프웨이를 내려서부터는 계속하여 산을 내려가는 코스가 이어진다. 구로베 케이블카(등산열차)를 타고, 이어 구로베댐의 공사를 위해 만든 구로베호수를 건너는 유람선에 오르면 호수를 사이로 봄내음 가득한 산세가 펼쳐져 여유가 더해진다. 유람선을 타고 15분을 달리면 다시금 알펜루트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거대한 구로베댐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로베댐은 지난 1963년 완공한 높이 186m, 길이 492m의 일본 최대의 아치형 댐으로 표고 1,500m위에 건설되는 지형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성시킨 일본 건축의 신화로 불리우는 작품. 세계의 여러 댐 중에서도 최고 클래스에 속할 만큼 초당 10톤을 뿜어내는 거대한 댐의 스케일과 물살이 압권이다. 댐의 위를 따라 거니는 산책코스도 매력적이며 지난 2003년에 새롭게 신전망대가 완공되어 댐과 다테야마 연봉을 조망하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진)▲봄의 녹음과 채 녹지않은 눈의 대비를 만끽할 수 있는 다이칸보 로프웨이.

(사진)▲거대한 폭포수가 아찔함을 더하는 구로베댐의 장관.
우나즈키온천서 온천과 구로베 협곡 함께 즐겨 알펜루트의 대자연과 더불어 토야마의 온천정서를 만끽한다면 알펜루트와 이웃한 우나즈키온천(宇奈月溫泉)이 제격이다. 주부산악국립공원의 일부로서 아름다운 구로베협곡 내에 자리한 우나즈키온천은 토야마현 내에서도 최대의 용출량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기 온천관광지 중 한곳이다. 중심지인 토야마역에서 1시간 정도에 찾을 수 있어 협곡 속에 자리한 지리적 환경에 비해 비교적 교통도 편리하며 대자연속에 자리한 만큼 도회지의 흔한 온천과는 그 분위기부터가 격이 다르다. 각 온천탕의 원천의 온도는 91도. 온도를 낮추기 위해 온천물을 식혀야 할 만큼 빼어난 수질도 매력적이다. 온천가 내의 온천여관의 개성적인 노천탕을 즐기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우나즈키온천에서 시작하여 협곡을 따라 달리는 산간열차를 타고 즐기는 전장 20.1km의 협곡열차투어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특히 협곡과 협곡을 잇는 아치형 철교를 건널 때면 수려한 아름다움과 아찔함이 더해져 구로베 협곡의 매력을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여행정보> 인천과 토야마공항 간 정기편이 주 3편 운행 중에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토야마공항에서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까지는 토야마역(토야마지방철도 다테야마선)에서 전철을 타고 다테야마역에 하차하면 된다. 알펜루트 전 코스의 승차권은 성인 10,560엔이며 필요구간까지의 개별발권도 가능하다. 우나즈키온천까지는 토야마역에서 토야마지방철도 본선을 타고 우나즈키온천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상세관광정보는 www.alpen-route.com.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8.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