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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통역가이드자격증)`도시국가`를 향하여 Ⅱ

현대천사 2008. 7. 21. 18:20

(영어통역가이드자격증)`도시국가`를 향하여 Ⅱ
신문사 국제신문  등록일자 2008-07-21

'부산다움'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 질문에 당당하게 '이런 것이다'하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부산은 그만큼 정체성이 모호한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 도시국가로 나아가는 큰 걸음을 시작하는데 있어 이 부분은 반드시 짚어봐야 합니다. '부산다움'을 제대로 발견해야 도시국가가 가능해져요."

'부산을 사랑하는 모임' 서세욱 회장의 말이다. 수십년 간 시민운동에 몸담아 온 분의 얘기가 이럴진대, 일반 시민들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강 바다 산 온천(사포지향·四抱之鄕)이라고 하면서도, 그 잠재력을 개발하기는 커녕 제대로 자랑조차 못하고 있는 도시. 이런 모습이 부산이라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부산은 자랑할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찾아내지 못했고, 정체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새겨볼 필요가 있다.

"아주 괜찮은 게 있죠. 동래학춤 말이죠, 그거 세계적인 겁니다. 학의 자연미와 기품, 선비의 멋과 율동이 이처럼 잘 어우러진 춤사위가 세계 어디에 있습니까. 세계적 콘텐츠예요. 부산은 또 해녀의 메카입니다. 해녀가 1000명이 넘는다고 해요. 해녀 하면 제주를 떠올렸는데 그게 부산이 돼 있어요. 해녀축제를 열면 독특한 관광 상품이 될 겁니다."(서세욱 회장)

부산은 시드니가 아니다

향토사학자이자 원로 작가인 최해군 씨는 '부산다움'을 얘기하는 키워드로 '바다'와 '해양'을 꼽았다. 이는 다른 도시가 갖지 못한 장점으로, 개방성과 국제성(글로벌 의식)을 만드는 원천이다. 부산은 이 부분을 잘 살리고 있는가. 최 씨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북항재개발 얘기가 나오자 그는 목소리의 톤을 한껏 높였다.

" 시드니형이니, 두바이형이니 얼마나 말도 많았나. 친수형이다 상업형이다 하더니, 이제는 롯데그룹에서 기천억 원을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고 하지. 기업이 기부한다는데 나무랄 순 없지. 하지만 그게 과연 부산에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봤을까. 화려한 옷만 입힌다고 문화가 만들어지나."

원로 작가의 걱정은 북항재개발의 콘셉트속에 '부산다움'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시드니나 두바이를 따라하고, 싱가포르를 본따는데 만족한다면 그것은 부산의 바다가 아니라는 의미다.

" 부산만의 독창적 마인드가 필요해요. 부산의 바다는 물류중심지나 관광이 전부가 아니거든. 백두대간 낙동정맥의 정기가 응축돼 바다로 뻗어나가는 지점에 부산의 문화와 전통을 담아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거지. 그럴때 진정으로 동북아시아 아니 세계적 해양 도시국가가 될 수 있어요."

총 사업비 8조4700억 원이 투입되는 북항재개발 사업은 연내 착공을 예상하고 1차 디자인이 됐으나, 친수공간 및 상업시설 등 토지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항재개발 추진 과정에 중앙정부가 깊이 개입, 지역의 독창성과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사투리와 못잊을 판잣집

인문학자가 보는 '부산다움'은 어떤 것일까. 본지에 '철학자, 바다를 뒤집다'를 연재중인 이지훈(한국해양대 강사) 박사는 부산사람들의 의식적 코드로 개방성과 평등성을 꼽았다. "부산은 6·25 이후 8도 사람들을 차별없이 받아들였고, 외부에서 흘러든 문화에 대해 텃세를 부리지 않았어요. 이게 개방성이죠. 부산사람들은 또 누구와도 쉽게 친해요. '하소' '마소'하는 식의 직설적이면서 친근한 삶의 태도는 평등성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두 가지의 친화력있는 코드가 곧 부산다움이라고 봅니다."

이 박사는 "거창한 관광단지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들이려 하기 보다 생활 주변 구석구석에 부산의 숨결이 흐르도록 해야 비로소 부산다움이 찾아질 것"이라며 "그 점에서 부산과 경남에는 동래학춤과 여러 형태의 오광대, 음악가 윤이상, 해운대, 을숙도, 낙동강 그리고 걸쭉한 사투리 등 유·무형의 문화 콘텐츠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교통·토목전문가인 동의대 정창식 교수(서부산시민협의회 공동회장)는 '부산다움'을 '부산브랜드'라는 말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은 여러 가능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다. 한두가지 모습으로 이미지를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브랜드는 그것대로 챙기되, 영화의 도시, 문학의 도시, 물류중심도시, 경제자유도시와 같은 분야별 특화된 이미지를 살리는 노력을 함께 해야 세계 일류의 메갈로폴리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메갈로폴리스로 볼때 부산권은 서울 인천 등 수도권과 차별화된 도시 기능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24시간 도시, 24시간 행정 지원이 가능한 도시'를 내세우고, 직업수에 있어 서울은 3만 개지만 부산은 4만 개에 달한다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다양성이 숨쉬는 도시를 추구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 산다움을 찾으려면 도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있게 들린다. 문화 후원자로 알려진 문정현 서봉리사이클링(주) 회장은 "기존의 것을 허물고 아파트를 세우는 것만이 재개발은 아닐 것이다. 낡은 것의 숨겨진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에서 진짜 부산다움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일례로 그는 중·서구에 일부 남아 있는 판잣집의 관광자원화 방안을 제시하면서 "외국인이 온다면 부산의 초고층 아파트를 보려 하겠느냐, 삶의 진솔한 모습이 스며든 판잣집을 보려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문 회장은 "'부산다움'은 멀리 있거나 거창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 부분이 채워져야 내실있는 도시국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시각

- 글로벌 부산 '홀로서기' 정부의 치마폭 벗어나라


게 다가 부산은 국가 4대 주력산업중 자동차산업의 36%, 조선산업의 91%가 집적되어 있다. 부산은 철강의 포항, 자동차 조선의 울산, 항만물류 조선기자재의 부산, 기계의 창원, 조선의 거제를 아우러는 동남권 산업벨트의 중심지역으로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 형성이 가장 용이한 지역이다.

그러나 부산은 세계적인 항만도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항만배후부지가 부족하여 부가가치 창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동 북아 통합교통망 중심도시인데도 관문공항이 없고, 시앤에어(Sea&Air) 복합운송체제가 취약하다. 조선, 기계,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산업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으나 산업용지가 부족하여 신성장 동력산업을 육성해 나가는데 애로가 많다. 인구 1,300만의 한일 초광역경제권의 중심도시이지만 금융 정보 등 중추관리 기능이 미약하다.

하지만 부산의 자연 자산은 세계에 내놓아 조금도 손색이 없다. 바다와 강을 함께 끼고 있는 데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수변공간을 가지고 있다.

무 엇보다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강점이다. 부산 해운대의 경우, 인근에 조성중인 동부산관광단지와 결합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주변 고급 아파트, 주택단지와 영화 등 영상 미디어 관련 인프라가 융합되면, 국내 최고의 문화 주거단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을숙도 철새도래지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생태자원이다. 1996년 시작돼 아시아 대표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을 넘어 한국의 자랑거리이다.

이러한 잠재력을 살리려면 도시국가와 같은 새로운 도시경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세계는 종전의 국가·영토 중심적 시대에서 돈·사람·상품이 도시로 모이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미 도시간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어 도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낙오하고 만다. 이런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부산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도시국가로 가는 길밖에 없다.

이제 중앙정부는 굳게 잡고 있던 끈을 놓아 줄 때도 되었다. 아무 미련없이 놓아주고 난후 지방도시들이 어떤 부분에서 허덕이고 있는 지를 잘 살펴서 모자라는 부분을 중앙이 채워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국가가 할 일인 것이다.

부산과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는 어떤 것이 같고 다른가. 항구도시로서 개방성과 글로벌 의식 등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부산은 권한 없는 지방정부라는 점에서 그들 도시와 매우 다르다. 부산이 홍콩, 싱가포르처럼 발전하려면 정치적·행정적으로 자치권이 보장돼야 한다. 도시가 자체 입법권을 갖는 수준의 자치권이어야 한다. 지방 스스로 홀로서기 할 수 있도록 시범적으로 부산에다가 기회를 주면 된다. 국가는 부모가 자식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의 구시대적 보호적 양육주의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지자체에 대폭적으로 권한을 이양해 스스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이명박 실용정부의 국가비전인 선진일류국가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가 부산이다. 부산은 수도권의 상생축으로 초광역 경제권의 중심 역할과 글로벌 항만도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게 되면 대한민국 경제의 선진화,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 선진화를 기할 수 있다. 부산을 도시국가급의 시범 도시로 지정, 21세기 국가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