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경인여대 관광학부 교수 최근 어느 언론인이 쓴 글 가운데 기업 최고 경영자의 성공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으로 '대인관계의 매너'를 꼽고 있다. 이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몇 년 전 조사내용을 인용한 것이지만 왠지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매너는 배려하는 마음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는데, 이러한 것으로 타인의 호감을 얻게 되고, 협력자를 만들게 된다. 전통사회에서 국가의 복지기능이 약했을 때 노인들의 안정적인 유지 관리를 위해 孝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면, 차갑고 복잡한 산업사회에서 세상이 원만히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법 이전에 매너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상대를 배려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관광산업의 핵심개념을 hospitality로 보는데, 이에 대한 어원을 보면 고대 그리스어의 '호스피타리타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나 구경꾼이 멀리서 오게 되면 아테네 사람들은 이들이 모두 성스러운 손님이기에 누구나 가리지 않고 자기 집에 재워주고, 거리에는 '타베루나'라는 식음시설을 만들어 포도주와 빵을 대접했었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도 이런 정신을 가지고 있는 데가 영리를 추구하는 곳으로 변하긴 했지만 호텔, 병원, 식당 등이고, 일부는 영어 어근이 비슷하다. 이러한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피로, 육체적 고통, 허기 등을 느끼는 약자이며, 이들을 잘 '배려'하여 안정을 찾게 해주는 것이 기본정신이다.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간단한 것이라고 생각되나 '매너는 훈련'이라고 할 만큼 쉽지가 않다. 출근시간에 계양산 아래를 지나온다. 평일 아침인데도 특별히 할 일이 없는지 많은 사람들이 계양산을 찾는다. 내려오는 길에 약수터가 있기에 다중이 이용하는 그곳에서 그들이 물 마시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독자들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안다. 우선 그곳에 비치된 플라스틱 바가지를 수돗물에 씻은 다음 물을 떠서 마시고 걸어둔다. 다음 사람도 이렇게 하고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 우리의 상식이다.지난 봄 이웃나라의 어느 사찰 우물에서 수학여행 온 그 나라 여고생들이 물 마시는 모습을 우리 학생들을 불러서 유심히 봤다. 그들은 이렇게 했다. 그곳에 비치된 손잡이가 긴 나무바가지로 물을 떠서 그 물을 자기 손에 받아다가 몇 번을 마시고 그 바가지를 씻어서 그곳에 두었다. 실제로 위와 비교해서 한 번 해 보면 상당히 다른 상대에 대한 배려의 정신이 있음을 알게 된다.최근에 건강과 유류비 절약을 위해 걷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 접하는 경우가 많을수록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매너 없이 침을 뱉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도 위, 엘리베이터 안, 아파트 계단을 가리지 않는다. 전혀 침을 안 뱉고 살 수는 없지만 때와 장소의 문제이다. 사회적 불만의 표출인지는 모르나 외부 도로로 나오는 지하철 계단에서 평균 세 점 정도의 가래침 흔적을 보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배려까지 바라지 않지만 남에게 고통이나 주지 않았으면 하는 경우도 있다. 좁은 길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거기서 가게를 하는 이가 상품을 밖에다 진열하여 왼쪽에서 달려오는 차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있다. 다중이 다니는 보도위에서 사익을 위해 남에게 불편을 주는 것도 예의를 벗어나는데, 이 경우는 타인의 생명도 위협하는 몰염치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러한 잘못된 시민의식의 개조는 숙박시설이나 교통문제, 여타의 자원개발 보다 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관광 수용태세이다.우리의 어린 학생들이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공부에 매달려 성적 1등을 향하여 정신없이 달리고 있고, 효율이 강조되고 있으며 신흥공업국으로 어느 정도 빵도 해결되었다. 하지만 평소 우리가 무시하는 천박한 졸부와 같은 모습이 외부에 보여 지는 우리의 이미지가 아닐까 염려스럽다./김진수 경인여대 관광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