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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②`글로벌 여행사`가 출현하려면

현대천사 2008. 5. 20. 13:03
(심층진단)②`글로벌 여행사`가 출현하려면
신문사 이데일리  등록일자 2008-05-20
[이데일리 박기용기자] 항공사들이 항공권 대매 수수료율을 인하한 데에는 유가 상승 등으로 커진 비용 부담을 여행업체들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지난 2002년 항공권 대매 수수료를 아예 폐지한 미국의 경우, 저가 항공사의 성장에 따른 항공사의 재정적 손실과 부도 증가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여행업계 전반의 재편을 가져온 것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항공권 대매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여행업의 기형적인 수익 구조 탓이 크다.

이주병 현대차I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선 아무래도 면대면 방식의 영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유리한 편"이라며 "그러다보니 항공사들도 이런 여행업체들에 모객(고객 모집)을 의존해 왔던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과 하드블록제(여행사가 항공사에 보증금을 주고 좌석을 미리 확보하는 제도) 등이 만들어진 데에는 이런 식의 항공사와 여행사 간의 깊은 유착 관계가 배경에 깔려있다는 것.

여기에 지난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여행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도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부채질한 요인이다. 현재 국내여행업체와 국외여행업체는 각각 자본금 5000만원과 1억원만 있으면 등록이 가능하다. 국내외 영업이 가능한 일반여행업체로 등록하는 경우도 3억5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서비스 피 중심의 글로벌 수익모델 찾아야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전문성이 결여된 인력의 유입이 잦게 되고, 결국 상품 기획이나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기보다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항공권 영업에 목을 메게 된 것. 이러다보니 종종 `마이너스 피(Minus Fee)`를 감수하며 항공권을 판 뒤 현지 쇼핑과 옵션으로 원가를 보전하는 방식의 출혈 경쟁을 감수하게 된다. 물론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앞으로다. 더 이상 항공권 대매 수수료에 목을 멜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서비스 피(Service Fee)`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한 수익 모델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것.

서비스 피는 예약요금을 정의할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용어다. 실제제품(호텔 예약, 항공권 등)과 더불어 제공된 서비스들에 대해 여행사가 구매자(소비자 또는 기업)에게 부과하는 요금의 총계다. 소비자로 하여금 여행사가 창출하는 본연의 부가가치인 서비스 그 자체에 대해 대가를 지불케 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항공권 대매 수수료의 인하와 폐지를 경험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러한 서비스 피가 일반화돼 있는 편이다. 특히 기업전문 여행사들은 항공권 대매 수수료 폐지 과정에서 발 빠르게 `거래 피(Transaction Fee)`나 `관리 피(Management Fee)`가 포함되도록 기업고객과 재협상을 벌였고, 이를 통해 항공권 배포채널이 아닌 기업의 여행비용 관리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트랜드에도 맞아

서비스 피는 단순히 수수료 수익의 손실을 상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여행사들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새로운 수익원이기도 하다.

유럽의 경우 스칸디나비아 지역이 서비스 피 제도를 성공적으로 적용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스칸디나비아 지역 같이 서비스 피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국가들일수록 다른 지역에 비해 여행사의 수익률도 높게 나오는 편이다.

스칸디나비아 여행사들은 지난 2005년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익률(판매액의 10.7%)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행사 총 수익의 73%가 서비스 피에서 나왔고, 수수료 수입은 18% 정도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 항공 수수료 삭감 및 항공권 판매의 감소는 패키지 상품과 크루즈 상품의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지난 2004년 패키지여행의 판매비중이 항공권 판매비중을 넘어선 반면 항공권 판매는 여행사 판매의 주력요소에서 밀려났다.

최근 여행업계의 트랜드가 패키지에서 개별자유여행(FIT)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서비스 피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시키는 요소다. 소비자들의 여행상품에 대한 태도와 그 접근 방식 등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웹 광고업체인 버스트미디어(Burst Media)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는 모든 여행예약의 30% 이상이 온라인 예약으로 이뤄졌다. 미국 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는 지난해 2월 인터넷을 통해 여행정보를 찾은 유럽 여행자들의 40%가 온라인을 통해 예약을 했으며, 27%만이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구매를 했다고 밝혔다.

◇"개별업체 전문성 키워야" 의견도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정보와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소비자들의 기대와 필요를 충족시키는 능력에 따라 여행사의 경쟁력도 좌우될 전망이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2년 전 협회 홈페이지에 모 업체가 서비스 피의 효과를 봤다며 이에 동참하자는 글을 올렸지만 호응이 많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개별 업체들의 입장에 따라 서비스 피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품 기획과 컨설팅 등의 여행업 본연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회사가 적은 것이 현재 이 제도의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이란 얘기다.

그는 "일부에선 항공사가 먼저 앞장서서 (서비스 피 도입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며 "어쨌거나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업계의 발전방향에 중요한 기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여행사인 JTB의 경우 인바운드(외국 관광객의 국내 여행) 매출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국외 여행) 매출을 압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여행업계 1위 업체인 하나투어의 경우 이와 정반대의 매출 구조를 갖고 있다. 매출 규모면에도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고질적인 여행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관광대국`을 내걸고 직접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서기 보다는, 국내 여행산업을 선진화시켜 JTB와 같은 여행업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여행업계와 국가 모두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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