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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EO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
현대천사
2008. 5. 8. 12:27
문화CEO를 잘 뽑아야 하는 이유 | |||||
신문사 | 광주일보 | 등록일자 | 2008-05-06 | ||
연간 총 관객 2만4천363명, 연주회 61회, 자체수입 1억3천720만 원….지난 2004년 서울시향(대표이사 이팔성)이 1년 동안 거둔 초라한 성적표다. 국내 국·공립 예술단체 가운데 맏형이건만 경영성과는 늘 바닥권을 맴돌았다. 특히 열악한 영업수지는 서울시향의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이다 보니 ‘세금만 축낸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향은 더 이상 예전의 서울시향이 아니다. 2만여 명에 불과했던 관객은 16만여 명(2007년 기준)으로 무려 8배 정도 늘었다. 가뭄에 콩 나듯 한 연주회도 121회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자체수입은 33억 원으로 2천400%나 초고속 성장했다. 서울시향이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이팔성 대표의 리더십이다. 지난 2005년 재단법인으로 전환한 서울시향은 마에스트로 정명훈씨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한 데 이어 초대 수장에 우리증권 CEO 출신 이씨를 앉혔다. 각계를 아우른 후보 추천과 투명한 인사절차를 거쳤음은 물론이다.침몰 직전의 ‘서울시향호’를 떠맡은 그는 관객을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경영의 정석(定石)’을 나침반으로 삼았다. 비(非) 예술인 출신인 그가 내놓은 시리즈 티켓, 회원제 도입은 대박을 냈다.그는 또 실력 위주의 오디션을 거쳐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을 영입했고 제 살 깎아 먹는 ‘초대권 발행’을 과감히 없앴다.이씨는 무엇보다 ‘자리만 지키는’ CEO를 거부했다. 기업협찬에도 직접 나서 굵직한 기업들을 ‘시향맨’으로 잇따라 끌어들였다. 3년 만에 흑자경영을 이룬 그의 성공신화는 국내 문화재단과 공기업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김해 예술의 전당(이하 김해 전당) 사장 김승업씨도 문화CEO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세종문화회관 경영본부장 출신인 그는 지난 2005년 취임 일성으로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문화공간’을 내세웠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김씨의 해박한 식견과 과감한 추진력에 힘입어 김해 전당은 개관 3년도 안 된 짧은 시간에 문화불모지에서 문화 허브로 신분 상승했다. 이처럼 문화CEO의 역량은 예술기관의 미래를 180도 바꿀 만큼 막강하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 고양 문화재단, 서울 예술의 전당, 전주 한국소리문화 전당, 대전 시립미술관 등 요즘 ‘잘 나가는’ 문화기관의 배후에는 탁월한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CEO가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문화수도를 지향하는 이 지역에서는 문화CEO를 찾아보기 힘들다. 언제부턴가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문예회관 등의 수장은 일부 지역 예술인이나 정년을 앞둔 공무원들의 차지가 돼 버렸다.물론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안 될 것은 없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의 ‘자리’가 공모 등 객관적인 절차보다는 몇몇 지역인사들의 로비에 의한 밀실인사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이렇다 보니 문화수도의 인프라다운 차별화된 운영과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광주비엔날레 재단(이하 재단)이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CEO도 마찬가지다. 재단은 지난해 신정아 사건으로 실추된 비엔날레를 추스르기 위한 개혁카드로 민간인 출신의 문화CEO 선임을 내걸었지만 진행과정을 보면 밀실인사의 재탕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국내외를 막론하고 후보군 리스트를 통해 적임자를 영입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몇몇 재단 이사들에 의한 추천으로 후보들을 물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화CEO와는 거리가 먼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는 등 수개월째 인물난을 겪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문화CEO영입은 단순히 재단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투명한 인선과정을 거친 문화CEO 출현은 비엔날레의 미래뿐 아니라 지역 문화계의 폐쇄적인 인사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엔날레 문화CEO가 ‘베스트 오브 베스트’여야 하는 이유다./박진현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 |